존경하는 대통령님께,
국정 운영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대통령께서 중소벤처기업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고심하며 인재를 등용하고 계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점을 공유하고 정책 개선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특히 대통령께서 지적하신 ‘질 낮은 관급자재’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 드리고자 합니다. 문제의 핵심에는 중소기업 보호라는 좋은 취지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현실과 동떨어져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직접생산확인제도’가 있습니다.
현재의 직접생산확인제도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습니다.
첫째, 현대 산업 구조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지금의 많은 혁신적인 중소기업들은 막대한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인해 제품 개발과 설계에 역량을 집중하고, 생산은 외부 전문 시설에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효율적인 분업 구조이자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하지만 유독 관급 시장에서는 직접생산 설비와 인력을 모두 갖춰야만 진입할 수 있어, 기술력 있는 기업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둘째,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각종 불공정 행위를 조장합니다.
실질적인 생산 능력 없이 서류상으로만 공장, 설비, 인력 기준을 맞춘 업체가 난립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 회사의 제품을 납품받아 상표만 바꿔치기하는 이른바 ‘택갈이’를 통해 손쉽게 이익을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고스란히 관급자재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만듭니다.
또한, 저가의 외국산 부품을 들여와 단순 조립만 거친 뒤 국산 제품으로 둔갑시켜 터무니없는 가격에 납품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합니다. 실제로 일부 등산로의 야자매트나 태양광 가로등에서 이러한 문제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관계 기관에 신고해도, 단속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는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도 목도한 바 있습니다.
셋째, 낡은 산업분류체계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에는 오래전에 제정된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와 KS산업표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신산업의 등장과 제조업의 구조 변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분류 체계를 기준으로 제도가 운영되다 보니, 현실과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 성실한 중소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줍니다.
직접생산 증명 외에도 조달우수제품, MAS, G-PASS 등 각종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중소기업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시험 및 인증 수수료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을 감소시키는 또 다른 족쇄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대대적인 제도 개선을 검토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 현실에 맞지 않는 직접생산확인제도는 과감히 폐지하거나, R&D 역량과 설계 능력 등 실질적인 기술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야 합니다.
- 변화된 산업 생태계를 반영하여 한국표준산업분류와 KS표준을 시급히 재정비해야 합니다.
- ‘택갈이’, ‘원산지 허위 표시’ 등 불공정 조달 행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내부고발 및 공익신고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 시스템을 확립해야 합니다.(조달청은 악성민원이 많다고, 아예 익명 공익신고를 막아놓고 있습니다. 과거 조달청은 국민신문고를 통해서 민원을 제기한 저의 신분을 감사실에서 공무원에게 노출한 적도 있습니다.)
- 복잡하고 중복된 각종 인증 제도(257여개 이상)를 통폐합하여 성실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합니다.(특히 인증기관 창구는 하나로 일원화 하고 거기서 세부 인증을 분류해서 진행해야 하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인증비용 뿐 아니라, 인증을 획득하기 위한 과다한 공인시험기관 시험비용 등도 정책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대통령께서도 밑바닥 현장부터 경험하며 지금의 자리에 오르셨기에, 이러한 세세한 문제점들이 모여 국가 시스템의 비효율과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을 깊이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직접 겪고, 그 개선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만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만약 기회가 허락된다면, 현장에서 체득한 더 구체적인 내용과 실질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 대통령께 직접 설명해 드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대통령님의 깊은 관심이 부디 대한민국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정직하고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제대로 인정받는 건강한 시장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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