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일반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과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직접 겪고 있는 문제를 알리고, 조금이나마 제도 개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작성합니다.
최근 저는 학급 친구들과 함께 고교학점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총 22명이 참여했고, 이 결과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실제 현장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고교학점제에 대해 “대체로 알고 있다”는 응답이 86%로 높았지만, 실질적인 내용까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학생은 드물었습니다. 대부분은 이름만 들어봤거나, 대충 어떤 제도인지 아는 수준이었고, “어떤 과목이 나에게 적합한지”, “학점은 어떻게 따야 하는지”, “이수 기준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 설명을 들었다고 응답한 학생도 많았지만, 그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고, 진로와 연결된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가장 크게 느낀 문제는 과목 선택에 대한 부담감입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맞게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인데, 실제로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제도’(최성보 제도) 때문에 오히려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생의 82%가 이 제도로 인해 과목 선택이 부담스럽다고 느낀다고 답했고,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이 과목은 미이수 될까 봐 걱정돼서 듣기 무서워”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결국 성적이 잘 나올 것 같은 과목이나 비교적 쉬운 과목, 무난한 과목 위주로 선택하게 되고, 이는 고교학점제의 본래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됩니다.
또한, 제도 도입 후 학업 스트레스가 더 늘었다고 답한 학생이 전체의 95%에 달했습니다. 단순히 과목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수 기준, 평가 방식, 책임감 등이 학생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을 위한 상담, 학습 전략 안내, 피드백 체계는 매우 부족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것은 ‘과목 난이도 및 평가 기준 정비’(55%)였습니다. 학교마다 평가 방식이 다르고, 같은 과목이라도 담당 교사에 따라 난이도나 기준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열심히 해도 누구한테 걸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고, 제도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지고 있습니다. 고교학점제가 학생 중심 교육을 실현하는 제도가 되려면, 이런 현실적인 문제부터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은 개선을 제안합니다:
1. 학생 대상 고교학점제 안내 및 진로 기반 정보 제공 강화
학생 눈높이에 맞는 설명회, 모의 시간표 체험, 진로 연계 과목 추천 시스템 등의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2. 최소 성취수준 보장제도의 단계적 개선 및 심리적 부담 완화
미이수 방지 대책(재이수 기회, 보충수업), 위험과목 예측 시스템 등 학생 선택권을 지키기 위한 장치 마련이 필요합니다.
3. 과목 난이도 및 평가 기준의 전국 공통 가이드라인 마련
과목 간 난이도 편차 해소와 학교 간 공정성 확보를 위해 최소 기준과 운영 가이드가 필요하며, 교사 대상 연수와 평가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고교학점제가 진정한 학생 중심 교육으로 자리 잡으려면, 단지 제도를 만든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실제로 그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게 운영방식을 정비하고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안이 단지 한 학교 학생들의 목소리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이루고, 나아가 제도 개선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