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혁신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점심시간 전후로 오셔서 함께 점심드시러 모였다가 서너 시간 TV 보고 얘기 나누다 가신다. 관악구 내에 이런 소규모 경로당이 113개로 넓게 산재하여 있는데, 친한 어르신들끼리 어울려 다니기 때문에 65세 이상 노인 중 일부의 고령 어르신들만이 경로당을 이용하신다.
구청과 주민센터는 모든 어르신에게 공평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경로당 어르신들의 복지에만 집중한다. 경로당에 안 가면 아무런 혜택을 못 받는데, 어르신 개인의 선택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구청에서는 큰 예산이 들어가는 경로당 건축을 제외하고도 경로당 운영만을 위해서 연간 23억 이상의 예산을 사용한다. 경로당 운영에 들어가는 세부 사업으로는 경로당위문, 경로당 운영비지원, 디지털방송 및 인터넷, 경로당양곡지원, 중식지원, 냉·난방비지원, 경로당프로그램운영, 노인지회운영지원, 노인복지시설환경개선이 있다.
구청에서는 23억의 예산을 경로당별로 1년 치 금액을 한꺼번에 내려주면서 자립적으로 필요한 것을 직접 사도록 해도 되는데, 경로당을 어르신들을 생각한다면서 매달 세부 항목별로 쪼개서 내려주고, 경로당의 사용 금액에 대한 결과를 주민센터 거쳐 다시 보고받으면서 감사하고 지적한다. 또한 경로당에는 필수가전제품도 없거나 내용연수가 지난 것도 많은데 구청에서는 비싼 혈압측정기 등을 사주려고 고심한다. 그러다 보니 경로당 담당을 구청에 10여명, 주민센터에 21명이 하고 있는 것이다.
경로당을 신축하고, 리모델링하는 업무는 경로당 업무 중에서도 비중이 커서 장의 말을 잘 따르고 고참의 인재가 주로 맡게 된다. 영선업무를 잘 해내면, 구청에서 협상 능력과 민원 처리능력 등을 인정받아 승진을 빨리하고, 구청의 요직으로 갈 기회를 손쉽게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 구청에서 경로당을 비용 저렴하고 튼튼하게 짓는 것도 아니고, 기존 경로당 부지 구조도 안 좋고, 경로당 하나 짓는데 보통 2년 이상 걸리고, 건축 프로도 아닌 일시적으로 보직을 맡은 일반공무원에게 잘하지도 못하는 신축업무를 꼭 계속하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또한 경로당 어르신들이 점심시간 전후로 잠깐 계시는데, 구청에서 경로당을 빌려서 사용하면 리모델링하고 환경개선 하는데 많은 예산과 공무원 인력을 들일 필요가 없다.
관악구 중심가에 결혼식장 같은 빈 대형 건물을 구입하거나 임차하여 최첨단 호텔식으로 개조한 후 다양한 방을 만들어 팀별로 4-5시간씩 사용 가능하면 된다.
술과 대화 방, 할머니들만의 방, 정치 주제로 대화하는 방, 경제 주제로 대화하는 방, 연애하고 싶은방, 배우자만나고 싶은방 등 다양하고 재밌는 방을 개설하여 서로 가치가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게 하면 된다. 어르신들 중에서도 재혼하거나 연애하고싶은데 기회가 없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 차일까봐 아예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기때문이다.
식사는 한식, 양식, 중식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해서 일회용품으로 담아 드리면 식사하고 빠른 뒤처리도 가능하다. 그렇게 하면 경로당별로 중식 도우미를 뽑고, 잘못 뽑으면 돈 들이고서도 맛없고 질 떨어지는 음식을 먹게 되는것을 피하고, 설거지를 안해도 된다. 호텔식 건물 안에 다양한 음료와 간식들도 보이는 가판대에 진열해 가져다 드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운영하고 정기적으로 호텔 경로당 관리자와 정산만 하면 된다. 지금까지의 보고받고 감사하는데 사용되는 많은 공무원 인력을 줄일 수 있다.
호텔식 경로당안의 가전제품 등의 물품도 계약한 대기업 렌털업체를 이용해서 고장나거나 오래된 물품은 항시 지켜보다가 교체해주고, 수리해 주는 업무를 맡기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주민센터 담당이 경로당 어르신으로부터 물품 교체 요구를 듣고 구청에 예산을 요청해서 일상경비를 내려받고, 물품을 조회해서 구매하고, 일상경비 회계처리하고, 물품구입 결과 보고를 하는 등의 모든 업무가 없어진다.
운송 수단은 어르신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도록 시간별로 지역을 순환하는 차량을 마련해서 함께 모여서 가거나 개별적으로 원하는 방에 갈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그렇게 한다면,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데 반해 질은 떨어지는 현재의 경로당 상태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구조만 바꾸면 예산과 인력은 줄이면서 더 많은 어르신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