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대 총선을 보면서 국민 투표권의 힘과 의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늘 집권 여당의 텃세로 의석 과반수 이상은 물론이고 공권력 남용의 모습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함은 물론이고(새누리당:122석), 무소속을 포함한 모든 야당이 여당의 의석 수를 넘어서는 여소야대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더불어민주당:123, 국민의당:38, 정의당:6, 무소속:11). 후보자 등록기간 마감 직전에 공천과 내부문제로 전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탈당의 길을 택한 당선자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압세 지역이었던 호남지역은 신당인 국민의당의 승리로, 여당인 새누리당의 압세 지역이었던 강남지역과 대구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후보가 당선되는 놀라운 결과가 탄생했다.
물론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의 만행에 몸을 앓고 있던 국민들이 유권자의 힘을 보여 주기 위해 심판한 결과일 것이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의 방향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느끼면서 투표에 대한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2030세대의 투표율은 다른 세대들에 비해 한없이 부족하고, 이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첫 번째 표는 역대 선거 연령별 투표율을, 두 번째 표는 19대ㆍ20대 총선 연령대별 투표율을 나타낸 것이다. 첫 번째 표에서 19세부터 30대 후반의 투표율을 볼 때, 2007년 17대 대선을 제외하고는 거의 50% 이상의 투표율을 보여주지 않았다. 두 번째 표에서도 19세부터 30대는 19대ㆍ20대 총선에서 50% 미만의 투표율 보여주었다. 그 밖에도 40대는 50% 이상의 투표율을 보여주긴 하지만 50대ㆍ60대에 비하면 10% 이상의 비율 차이가 난다.
세대별 투표율 차이의 원인을 분석해 보자면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20ㆍ30세대들은 학업 및 취업 문제에 치우쳐 투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둘째, 50대부터의 연령층들은 경제적으로나 생활적인 면에서 여유가 있고 근무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그 이하의 연령층들은 받는다는 것이다. 셋째, 투표권에 대한 의욕상실 및 정치에 대한 실망과 무관심 때문에 선거일은 노는 날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만연하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투표의 연령층을 낮출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연령대별 투표율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투표의 연령층을 낮추고 연령대별 투표율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투표확인증이나 투표확인시스템을 도입하여 여가ㆍ문화ㆍ생활ㆍ취업 등과 관련된 분야에서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실제로 각 기업에서는 20대 총선 투표 인증을 하면 혜택을 주는 마케팅을 발표했다. 신발, 음식, 화장품, 동물원, 워터파크, 안경, 결혼정보업체 혜택 등 수많은 혜택들을 국민들에게 제공했고 이에 만족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지방선거나 대통령선거 등 국민들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거에 성실하게 참여한 유권자들을 알 수 있는 '투표확인시스템'을 추가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효율적일 것이다. 관련 기관이나 기업 등지에서 성실함의 척도나 추가적인 특이사항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도 효율적일 것이다.
둘째, 후보자와 유권자와의 게릴라 토크쇼 활성화이다. 연예인들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게릴라 토크쇼나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선거유세나 선거운동을 도중 유권자들이 후보자에게 궁금한 점이나 후보자의 다짐이나 포부 같은 것들을 들어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후보자와 유권자들이 선거 전후 뒤바뀌는 갑을관계가 아닌, 거리감 없는 소통과 친화적 관계가 된다면 투표에 대한 거부감은 이전보다 줄 것이다.
셋째, 투표와 선거 관련 홍보나 캠페인을 보다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다. 후보자가 시장이나 거리에 나가서 유세기간에만 악수하고 얼굴만 내비치는 일회적이고 성의없는 선거운동 방식을 버리자는 이야기이다. QR코드나 선거용 홍보 스티커를 제작해서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공공장소에 전략적으로 비치하거나, 대학생 중심으로 선거 서포터즈를 구성해서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다. 또, 국가에서 투표율이 높은 대학교에 특정 혜택(시험기간 간식, 축제 물품, 학내 교구 지원 등)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넷째, 정치인들의 공약 방향성 변화이다. 기성세대들의 투표율이 높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 중심의 공약을 펼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먼저 후보자들이 젊은 유권자들인 20ㆍ30 세대들을 위한, 예를 들면 반값등록금, 원룸보증금인하, 취업박람회 다수 개최, 신입사원 공채비율 늘리기, 최저임금조정과 같은 법안 마련을 공약으로 내세운다면, 자동적으로 20ㆍ30세대들은 투표와 정치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또 정치인들은 20ㆍ30세대를 확보하기 위해 그들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그 법안은 효력을 발휘해서 청장년층들의 활발한 생산활동의 결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고, 결국엔 나라발전의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두려워하고 눈치를 보게 하면서 제대로 일을 하도록 바로잡으려면 이번 20대 총선처럼 투표로써 그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삼권분립이 될 수 있도록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후보자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해야 할 것이다. 국회가 무력화되면 행정부가 좋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행정부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다. 선출된 권력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뿐이다. 그렇지만 대통령과 행정부가 예산권과 정책결정권, 인사권, 감사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시를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덩치와 힘을 키워야 한다.
국민들의 반발이 큰 이유는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국회에 대한 비판여론이 많다는 건 그만큼 국회가 국민들의 감시를 받고 있고 열려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부처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국민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언론조차도 전체를 알기는 어렵다. 특히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이나 검찰과 경찰, 국세청같은 사정기관의 경우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 많다. 엄청난 예산을 쓰지만 제대로 감시가 안 되는 구조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투표율을 높이고, 제대로된 후보를 선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유권자인 국민을 두려워하고 눈치를 보게 만들어야 국민들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사회의 부조리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계급과 구조가 사실상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적 현상이다. 하지만 힘없는 자들이 모여 큰 힘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서 타협을 할 줄 아는 노력만이 타락한 세상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투표율 확대를 통해서 대한민국 정치권이 이전의 상태보다 더 나아지고, 선출된 당선자들이 국민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노력해준다면 그것이 나중에는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사랑과 신뢰로 돌아올 것이다. 다가올 대선에서는 보다 많은 국민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