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법규를 지키게 하는 스웨덴의 이색적인 “스피드 로또”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도로는 차량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유달리 강해 운전자들이 차량 흐름에 약간의 여유만 생겨도 가속페달을 힘껏 밟는다. 하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운전자의 시야각은 좁아지고 제동거리는 늘어난다.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속도를 낮추면 그만큼 사고 위험도 줄어든다.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4621명 중 1795명(38.8%)이 보행자다. 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사망은 3.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2명의 3배가 넘는다. 보행자들의 45.5%는 보행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로 ‘과속’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보행자 사고를 줄이려면 하루빨리 도심 제한속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교통 선진국 대부분은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50km 이하로 낮췄다. 시속 10km 차이가 보행자의 생사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주행실험 결과 시속 60km, 70km로 달릴 때 보행자의 사망 확률은 50km로 달릴 때보다 각각 1.8배, 2.1배로 높아졌다.

감속 정책의 효과는 국내에서도 이미 확인됐다. 서울 송파구 가락로는 제한속도를 시속 60km에서 40km로 낮춘 뒤 인명피해가 43.9%(25명)나 줄었다.

감속 효과는 사고 감소로만 그치지 않는다. 제한속도를 낮추자 실제 주행속도가 시속 3.5km 줄었다. 제한속도 준수율은 개선 전 76.9%에서 시행 후 97.7%로 높아졌다. 운전자들에게 ‘천천히 달려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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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많은 운전자들이 감속을 하게끔 장려할 수 있을까?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스피드 로또(Hastighets Lotteriet)'를 한국에도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스피드 로또’는 근처에 규정 속도를 지킨 차량이 지나가면 초록색 엄지가 표시되고 속도를 위반한 차량에 대해서는 빨간색 엄지가 내려간다. 그러다 로또식으로 속도를 지킨 운전자가 ‘당첨’되면 속도위반으로 모은 벌금을 그 운전자한테 보상처럼 주는 방식이다.

처음 3일 동안은 무려 2만4857대의 자동차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통과했다. 그러나 이후 로또 시스템을 알게 된 스톡홀름 시민들은 표지판이 보이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였고 일부 운전자들은 당첨금을 획득했다. 한 버스 운전기사는 "항상 규정 속도를 유지하며 운전했는데 법도 지키고 돈까지 벌 수 있으니 완벽하다"며 이색 로또 방식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행자는 과속하는 차량이 줄어들어 도로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 좋고 운전자의 경우에도 규범을 지키면 뜻밖의 횡재(?)를 얻게 돼 '일석이조'인 셈이다. 스웨덴 도로안전처 역시 법규 위반자가 감소하고 도로 교통이 원활해져 이색 로또 도입을 성공적으로 보고 있다. 도로안전처에 따르면 ‘스피드 로또’ 도입 이후 스톡홀름 내 차량 평균 속도가 이전과 비교해 22% 감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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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속도위반을 하면 벌금을 내거나 제한속도를 줄이는 등 통제를 가하는 규제정책들은 시민들이 수용하지 않는 이상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속도계나 감시카메라가 있을 때만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이 아닌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지키고 싶게끔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보다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유인이 필요하다.  

스웨덴의 ‘스피드 로또’처럼 교통법규를 지켰을 때에 제공되는 이익, 즉 실제적 보상이 있다는 기대가 있다면 운전자들이 감속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자체적으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도 ‘스피드 로또’를 적용시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실제로 팀 프로젝트로서 진행을 한다면 기계를 설치할 장소, 당첨금을 지급하는 횟수, 시범으로 설치한 후 변화 등의 과정으로 구체화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