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예술가의 거리는 불가능한 것인가?
이태원 계단장을 아세요?
출처 : 네이버블로그 (미니미니씨)
서울의 유명한 플리마켓 중 하나인 이태원계단장은 우사단길에서 지역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마을의 즐길 거리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요.
작게 시작한 이곳은 점점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고 예술가들이 모였습니다. 그로 인해 장터가 주목받고 동네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이태원의 계단장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위쪽의 사진은 이태원 계단장을 운영하는 페이스 북 페이지에 얼마 전 게시된 글입니다.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폐장"이라는 단어 선택이 맞는지 조심스럽습니다. 이태원 계단장은 잠정적인 휴장이 될 수도 있고 영원히 폐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처음 이태원 계단장을 시작한 이유는 동네 사람들끼리 즐길 거리를 만들기 위함도 있었지만, 재개발 이슈에 묶여 슬럼화된 이곳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장터가 주목받고 동네가 활성화될수록 우리는 치솟는 임대료와 동네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인프라 관련 문제들을 겪게 되었습니다.
월세가 오르는 것은, 그만큼 장사가 잘 된다면 해결 가능한 문제이니 재개발이 무산된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숙제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아직 계단장 아니고서야 유동인구가 없는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투기꾼들의 부채질에 부동산과 월세가 폭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계단장은 우리의 즐거움을 동력으로 움직였습니다. 이 가치가 훼손되지 않기 위해 셀러비를 받지 않았으며, 모든 스텝들은 무급으로 3년간 일해왔습니다. 동네를 위한 일이고, 동네가 잘되는 만큼 우리 역시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투기꾼은 이 선의를 가로챘습니다. 한달에 한번만 사람이 많은 동네에서 수시로 건물주가 바뀌고, 바뀔때마다 건물값은 치솟고, 월세도 그만큼 치솟고 있습니다.
우리는 천천히, 꾸준히 마을을 가꾸어 나가고자 합니다. 그러나 우리 선에서 해결하기에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단장을 잠시 휴장하고 조용히 지내고자 합니다. 더 좋은 대안을 찾아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일명 젠트리피케이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정의되는 이런 상황은 계단장이 없어지기 전에도 우리 주변에서 힘들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한 때 인디문화를 본거지였던 홍대 거리는 현재 프랜차이즈 맛집과 브랜드샵으로 가득 차있으며 젊은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었던 북촌마을도 마찬가지이다. 치솟는 임대료에 그들은 내쫓겨났습니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은 예술가의 자리를 빼앗아가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에 발걸음을 하게 만들었던 소비자의 발길을 끊게 만듭니다. 갑으로 분류되는 건물주, 투기꾼의 욕심 아래에서 진정 예술가의 거리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출처 : 르몽드디플로마티크(2016.3월호)
프랑스 남부 항구 도시에는 독특한 마을이 있습니다.
2013년 유럽문화도시로 선정된 이 마을은 ‘프리슈라벨드메’. 과거 망해버린 담배공장만이 있던 이 도시를 예술가들이 채웠으며 현재 이곳은 예술가 1천 여명의 작업실과 70여개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시설, 도시유적 아카이브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또한 매년 수백 건의 문화행사와 워크숍 등이 진행되고 연간 120만 명 이상이 방문합니다. 또한 지역주민들과 입주 예술가들은 그들의 일상을 공유합니다.
이것은 그 지역의 땅을 가지고 있던 누군가가 예술가를 사랑하는 돈 많은 키다리 아저씨같은 사람이였기 때문이였을까요? 아닙니다.
여기에는 기꺼이 키다리아저씨의 역할을 맡아주었던 정부의 정책이 있었습니다. 텅 빈 담배공장에 예술가들이 들어오자 프랑스 정부는 아예 공장부지를 매입하여 예술가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정책을 취했던 것입니다.
전문적으로는 도시재생이라는 등의 말로 불리지만 살기 좋은 동네라는 것은 의외로 많은 돈과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동네 사람들끼리 자치적으로 조금 더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예술가를 모으고 조금 더 동네를 예쁘게 가꾸는 것입니다.
오히려 자본은 그들이 일구어놓은 터를 빼앗아가고는 합니다. 우리가 프랑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의 노력은 장소의 역사성과 고유성에 기반한 자생적인 문화를 지켜주며 자본의 침략을 막고 정부 스스로의 개입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