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노레일이 개통된 대구.
저 역시 집에서 역이 가까워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도시철도에서 아침, 점심, 저녁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대구의 풍경을 즐기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어느 날, 달성공원역에 도착할 즈음 구수한 사투리로 안내방송이 나오기에, 이 또한 3호선만의 특색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듣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 안내방송도 들렸습니다.
"This stop is 달성Park, 달성Park" "前方到站是 달성공원" "間もなく 달성공원?です"
무언가 다른 점을 느끼셨습니까? 아.. 쓰인 언어가 다르다고요? 저의 눈길을 끈 것은 ‘달성공원’에 대한 표현입니다. 고유지명인 ‘달성’을 제외한 ‘공원’에 대한 통역이 다른 것 말입니다. 영어로는 공원을 park로 바꾸었지만, 중국어나 일본어로는 公원(동산원, 이 글자가 표현이 안 되네요.ㅠㅠ)과 公園이라는 번역을 쓰지 않고 단지 ‘공원’이라는 한국어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안내방송만의 문제일까요? 숙대입구역(서울 지하철 4호선)의 안내판을 보겠습니다.
일단 영문, 중문으로는 각 나라 언어로 ‘숙명여자대학’이 번역이 되어 있지만, ‘입구’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일문을 살펴봅시다. 스쿠테잇쿠. ‘숙대입구’라는 한글 발음을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이렇게 역명 자체를 그대로 번역하는 것부터, 언어 간 단어 번역의 차이까지 통일성이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명확한 기준은 없는 것일까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공 용어의 영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을 마련해 두고는 있습니다.
제6조는 인공 지명의 후부 요소(해당 용어에서 유형과 실체 등 보편성을 나타내는 뒷부분)에 의미역(해당 용어의 발음을 로마자로 표기하는 것)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9조에서 정거장명을 표기할 때에는 같은 인공 구조/시설물이라도 삼거리, 정문의 의미역 제시 여부가 다릅니다.
그리고 제3조에 따르면 이러한 규정은 ‘영어 번역’에만 해당될 뿐, 중국어와 일본어 표기에 관한 지침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첫째, 인공 지명의 영어 번역에 대해 우선적으로는 통일적인 기준이 필요하나, 현 지침의 타당성이 높다면 왜 이렇게 규정하였는지에 대한 설명을 부가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둘째, 지침 명칭을 ‘공공 용어의 영어 번역 및 표기 지침’에서 ‘공공 용어의 외국어(혹은 동북아시아어) 번역 및 표기 지침’으로 바꾸고, 중국어와 일본어에도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한다면 좋겠습니다.
셋째, 변화된 기준이 안내판 표기와 더불어 각종 안내방송에도 제대로 적용되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TOUR.GO)에 따르면 2015년 12월 현재 한국을 찾았던 외국인(약 1320만 명) 중 중국인이 약 600만 명, 일본인이 약 180만 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대구시는 2016년을 ‘중국인 대구경북 방문의 해’로 선포하며 요우커들에게 매력적인 도시로 발돋움하려고 합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좋았다고 느끼고, 나아가 다시 한 번 방문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는, 의외로 사소한 공공서비스의 만족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공공서비스 중에는 친절하고 통일적인 외국어 안내 역시 포함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