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기념행사의 형식과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곧 제104주년 삼일절이 다가옵니다. 이를 맞아 각지에서도 기념식과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또 민간에서도 각종 이벤트를 베풀려 하는 줄로 압니다.
이들 행사의 유형을 잘 보면, 독립운동가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 행사, 그리고 만세운동 재현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오늘날 3.1절을 전후로 각지에서 개최되는 만세운동 재현행사는 오래 전부터 있던 문화행사가 아니라, 1999년을 전후로 하여 급조된 행사가 대부분입니다.
이들 행사는 유관순 교복, 흰 두루마기 옷을 입은 학생남녀들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절규하면, 일본 헌병 복장을 한 가장대가 이들을 무력으로 진압, 독립운동가들의 처절한 분노를 드러내는 식으로 매우 정형화돼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형식의 만세운동 재현행사가 3.1운동의 건국사적 위업을 축소, 은폐하고, 도리어 국민적 경축일이자 민족 축제의 날로 출발했던 3.1절을 독립운동가를 추모하는 슬픈 날로 호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맞아 선보이는 태극기 행렬도, 원래는 3.1운동의 핵심인 독립선언을 축하하는 요식행위로서 일본, 미국 등지에서 성행한 기행렬(旗行列)을 본따 시작한 것인데, 도리어 이 만세행렬이 3.1운동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의미가 역전된 것입니다. 이는 3.1절이 국가경축일, 즉, 국경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날을 맞아 열리는 만세운동 재현식을 일러 그날의 아픔을 재현했다와 같은 문장으로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데서 잘 엿볼 수 있습니다.
3.1운동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3.1운동은 대한민국 건국의 효시가 된 위대한 사건입니다. 우리 헌법 전문은 1948년 건국 이래 3.1운동의 정신을 건국이념으로 천명하고 있고, 3.1운동에서 국가의 기원을 기산해 연호를 민국 30년으로 정했습니다. 그러한 전통에 잇대 3.1절 또한 임시정부를 이어 현행 대한민국 정부 하에서도 국가경축일로 지정된 것입니다. 이러한 3.1절은 독립운동 시기에는 물론 정부 수립 이후에도 한동안 광복절보다 큰 국경일로 간주되며, 다채로운 행사로 경축됐습니다.
가령 1949~1950년 3.1절을 전후로 발간된 신문을 보면 3.1절을 성대한 축제로 개최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에어쇼와 대건물-백화점 태극기 장식, 경축 가장행렬, 문화예술단체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으며, 대구, 부산과 같은 지방도시에서도 각종 예술단체와 시민단체, 마을대표들이 조직한 가장행렬과 경축 불꽃놀이, 에어쇼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습니다. 이는 임시정부 시기 독립운동가들의 3.1절 경축 의례를 계승한 것으로, 임시정부 요인들과 해외 교포들은 3.1절을 맞아 성대한 식전은 물론 꽃과 태극기로 장식된 차량을 앞세워 퍼레이드를 벌이고, 밤에는 다채로운 연극과 공연, 폭죽놀이를 통해 독립선언과 새 공화국의 출발을 경축했습니다. 이러한 전통이 정치적 격변 속에 소실되고, 만세운동이라는 외피만을 본따 90년대 들어 급조한 것이 오늘날 만세운동 재현인데, 이는 삼일절을 기념하는 원래 역사적 전통과 의의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입니다.
때문에 3.1운동의 역사적 성취를 기억하고, 원래의 기념 문화와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 기존의 만세운동 재현행사와 추모 위주의 기념식은 그 내용과 전개를 모두 아울러 대대적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개편은 시민, 예술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독립만세 이후의 성과를 축하하고, 나라의 미래를 축복하는 시민축제의 장을 만드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과거 1950년대까지 3.1절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열린 행사를 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예술단체, 학생단체, 시민사회 각계에서 각종 분장과 깃발, 태극기, 꽃차 등을 만들어 시가를 누비는 가장행렬과 퍼레이드, 기념 경축 공연, 전시회, 그 지역의 만세운동이 일어난 곳에서 여는 시민문화축제, 산봉우리 봉화 올리기 및 불꽃놀이또는 드론쇼 등을 열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날을 기뻐하여 만세를 부르라! 날뛰며 노래하라!"라고 외친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의 말씀을 창의적으로 해석하여, 지역 청년이 3.1 국경일을 노래와 춤으로 기쁘게 축하할 수 있도록 저녁 댄스파티나 야외 공연을 개최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로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지역별 3.1운동 계기 행사를 개편한다면 이날을 기념하는 원래의 전통과 정신에도 부합하는 것이며, 아울러 시민들이 국경일을 뜻깊게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도 될 것입니다.
아울러 이렇게 행사를 축제처럼 조직하는 것과 병행하여, 3.1절이 우리나라의 소중하고 기쁜 날이라는 사실, 즉, 독립운동가들께서 이날을 맞아 노래와 춤으로 기쁘게 기념할 것을 호소한 대목을 국민들에게 홍보함으로써, 3.1절과 3.1운동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필요할 줄로 생각합니다.
저도 공동발제자 하고 싶어요. 하게해주세요~~~네?